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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돌이문방구 (레트로감성, 모란데이트, 폐업기록)

iyou1360 2026. 9. 8. 15:31

목차


    모란역에서 환승하던 시절, 저는 이 가게를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드나들었습니다. 호돌이문방구 — 이름부터 한 번 더 읽게 만드는 곳이었는데, 올해 7월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나서,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이 가게를 제대로 기록해두고 싶었습니다.

     

    웨이팅이 길었던 이유 — 레트로 감성의 설계

    솔직히 처음 방문했을 때는 웨이팅이 이렇게 길 줄 몰랐습니다. 당시 저는 "그냥 분위기 좋은 동네 술집이겠지" 정도로 생각하고 들어갔는데, 막상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리게 됐습니다. 나중에 보니 이 가게는 오픈 초기부터 줄이 길기로 소문난 곳이었고, 꽤 오랜 기간 — 들은 바로는 10년 가까이 — 영업을 이어왔습니다.

    가게 안에 들어서면 바로 이해가 됩니다. 레트로 감성(retro aesthetic)이라는 말이 요즘 너무 흔하게 쓰이는데, 여기서 레트로 감성이란 단순히 빈티지 소품을 늘어놓은 인테리어가 아니라, 특정 세대의 생활 공간을 그대로 재현한 몰입형 공간 연출을 의미합니다. 서울우유 냉장고가 입구 근처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저도 처음엔 그냥 소품인 줄 알았다가 실제로 작동하는 냉장고라는 걸 알고 피식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접시와 앞치마에 직접 그린 듯한 일러스트가 새겨져 있었고, 식기와 소품 하나하나에 위트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런 공간 큐레이션(space curation) — 가게의 정체성을 소품과 기물 전반으로 통일시키는 방식 — 이 이 가게를 단순한 식당이 아닌 '경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준 핵심 요소였다고 봅니다. 국내 외식업 트렌드 분석에서도 체험형 공간 설계가 재방문율을 높이는 주요 변수로 꾸준히 언급됩니다(출처: 한국식품산업연구원).

    요약: 호돌이문방구의 웨이팅 행렬은 단순한 인기가 아니라, 세대 기억을 정밀하게 재현한 레트로 공간 설계 덕분이었습니다.

     

    메뉴 구조 — 호·돌·이 플래터 시스템

    처음 방문하는 분들이 가장 당황하는 게 메뉴판이었습니다. 저도 첫날엔 잠깐 멍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가게의 핵심 메뉴는 '호', '돌', '이' 세 가지 플래터(platter) — 여기서 플래터란 여러 메인 메뉴를 한 판에 모아 인원수에 맞게 구성하는 모듬 세트 방식입니다 — 로 나뉘어 있고, 인원수에 따라 선택하는 구조입니다.

    제가 3인으로 방문했을 때는 '호(택3)'를 선택하고 스테이크 2개와 훈제삼겹 1개로 구성했습니다. 비비큐(BBQ) 레스토랑의 콤보 플레이트와 개념이 비슷하다고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혼자서 택일, 둘이서 택이, 셋이서 택삼 — 이런 식으로 인원수를 기준으로 선택지 수가 달라집니다.

    2차로 방문했던 날에는 '이'를 시켰는데, 이미 저녁을 먹고 온 터라 가볍게 단백질 위주로 채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이드 메뉴도 선택 폭이 있어서 조합에 따라 매번 다른 구성이 가능했고, 저는 그게 이 가게를 자주 찾게 만든 이유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 호(택3): 3인 기준, 메인 3종 선택
    • 돌(택2): 2인 기준, 메인 2종 선택
    • 이(택1): 1인 또는 소식 기준, 메인 1종 선택
    • 기본 제공: 부추, 쌈무, 와사비, 소금, 양배추샐러드
    • 메인 옵션 예시: 스테이크, 훈제삼겹 등
    요약: 호·돌·이 플래터 시스템은 인원수 기반의 택일 방식으로, 처음엔 낯설어도 한 번 이해하면 오히려 주문이 단순해지는 구조입니다.

     

    생맥주와 분위기 — 모란 데이트코스로 추천됐던 이유

    제가 이 가게를 처음 알게 된 건 지인 추천이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생맥주가 맛있다"였습니다. 저도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생맥주 맛이 가게마다 그렇게 다른가 싶었는데, 막상 잔을 받아 보니 비주얼부터 달랐습니다. 잔 자체가 탐날 만큼 모양이 좋았고, 거기에 레몬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신맛이 나서 '이게 뭐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의도된 레시피였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당황할 수 있지만, 저는 결국 그 특유의 청량함이 좋아졌습니다.

    드래프트 비어(draft beer) — 즉, 생맥주란 캔이나 병이 아닌 케그(keg, 대형 금속 용기)에서 직접 따라내는 방식으로, 신선도와 탄산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 를 제대로 즐기려면 역시 가게에서 마시는 게 맞다는 걸 여기서 다시 실감했습니다. 드래프트 비어의 품질은 케그 관리 상태와 라인 청결도에 크게 좌우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가게는 그 부분에 신경을 쓰는 인상이었습니다.

    테이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여성 고객층과 커플에게 잘 맞는 구성이었습니다. 조명이 과하지 않고, 공간이 지나치게 넓지 않아서 오히려 아늑한 느낌이 났습니다. 모란 데이트 코스를 검색하면 이 가게가 자주 거론됐던 건 그냥 된 게 아니었습니다.

    요약: 레몬이 들어간 특유의 생맥주와 아늑한 공간 구성이 모란 데이트코스로 꾸준히 언급된 실질적인 이유입니다.

     

    폐업 이후 — 단골 가게가 사라지는 것의 의미

    모란에서 환승하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끊겼습니다. 가게가 사라졌다는 걸 안 건 오랜만에 모란 근처를 지나다가 직접 확인하고 나서였습니다. 2026년 7월까지 영업하고 문을 닫았다고 하더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번 더 다녀올 걸 — 그 생각이 한참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자영업 폐업률(self-employment closure rate)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여기서 폐업률이란 일정 기간 동안 영업을 시작한 사업체 대비 문을 닫은 사업체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국내 외식업 기준으로 창업 후 5년 내 폐업 비율이 60%를 넘는다는 통계가 있습니다(출처: 중소벤처기업부). 그런 관점에서 보면 10년 가까이 영업을 이어간 호돌이문방구는 외식업에서 상당히 긴 생존 주기를 유지한 셈입니다.

    하지만 숫자보다 아쉬운 건 그 가게만의 위트였습니다. 식기에 직접 그린 그림, 소주잔의 귀여운 디자인, 레트로 소품 하나하나가 단순한 인테리어 장치가 아니라 운영자의 취향과 감각이 담긴 공간 정체성(spatial identity) — 쉽게 말해 그 가게가 가게답게 느껴지게 해주는 고유한 분위기 — 이었습니다. 그게 사라진다는 건, 비슷한 이름의 가게가 생겨도 대체할 수 없는 무언가가 없어지는 일입니다.

    기록이라도 남겨두자는 생각으로 이 글을 씁니다. 방문 후기가 아니라 추억을 정리하는 글이 된 셈인데,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요약: 10년 가까이 운영된 호돌이문방구는 2026년 7월 폐업했고,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공간 정체성이 함께 사라졌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호돌이문방구 지금도 영업하나요?

    A. 아쉽게도 2026년 7월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성남시 중원구 성남대로1140번길 16에 위치했던 가게인데, 현재는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Q. 호돌이문방구 메뉴 어떻게 주문하는 건가요?

    A. '호', '돌', '이' 중 인원수에 맞는 플래터를 고른 뒤, 안에 들어갈 메인 메뉴를 택수만큼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3인이면 '호(택3)'를 고르고 스테이크, 훈제삼겹 등 원하는 조합으로 채우면 됩니다. 처음엔 낯설어도 한 번 이해하면 주문 자체는 단순합니다.

     

    Q. 모란 데이트코스로 분위기가 진짜 좋은가요?

    A. 제가 직접 여러 번 방문해본 경험으로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평가입니다. 레트로 소품과 아늑한 조명 덕분에 과하지 않은 특별함이 있었고, 커플 손님과 여성 모임 비율이 높았습니다. 다만 영업이 종료된 만큼, 현재는 비슷한 감성의 대안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Q. 웨이팅이 얼마나 걸렸나요?

    A. 방문 시기와 요일에 따라 달랐지만, 줄이 길기로 유명한 가게였던 건 사실입니다. 저도 오픈 초기 방문 때 한참 기다렸고, 단골이 된 이후에는 타이밍을 맞춰 가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17시 오픈 직후 입장하거나 평일 이른 시간대를 노리는 게 일반적으로 유효한 방법이었습니다.

     

    결론

    호돌이문방구는 레트로 공간 연출과 직관적인 플래터 시스템, 그리고 생맥주 한 잔의 경험이 맞물려 모란에서 오래도록 자리를 지켰던 가게입니다. 10년 가까운 영업 기간은 외식업 폐업률 통계를 감안하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고, 그 자체로 이 가게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었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가게가 없어진 지금, 이 글이 방문 가이드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이런 공간이 존재했다는 기록은 남겨두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란 근처에서 비슷한 감성의 공간을 찾고 계신 분이라면, 성남 중원구 일대 레트로 컨셉의 소규모 술집을 직접 발품 팔아 탐색해보는 걸 권합니다. 이 가게가 알려준 것처럼, 그런 공간은 검색보다 직접 걷다가 발견될 때가 더 많습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es_921010/223800825187